팬을 약하게 달궈서 다진 마늘을 기름에 자작자작 볶는 걸 좋아한다. 아마도 팔 할은 냄새의 탓이다. 마늘향이 피어오르는 팬 위로 손바닥을 부채처럼 팔랑거려 냄새를 일으켜 코를 대고 맡아본다. 달큰하게 부드럽고 향긋한 마늘 볶는 냄새. 어떤 요리를 만들건 간에 분명 맛있을 거라는 희망과 기대감을 품게 한다. 여기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피망 양파 당근 청경채 그 무얼 넣는다해도 최고의 요리가 될 것만 같다.
길을 걷다 마늘 볶는 냄새를 맡게 되면, 이 냄새의 출처는 어딜까 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파스타를 파는 집일까, 아니면 중국 요리를 하는 가게일까. 올리브유에 양파를 볶고 토마토를 넣어 뭉근히 졸이는 냄새가 함께 난다면 이탈리아 식당, 마늘향 뒤로 언듯 생강과 고소한 참기름의 냄새가 난다면 중국 식당일테지.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마늘의 향기는 언제나 다른 냄새들보다 강하고 빠르게 퍼지곤 하니까.
예전엔 버터에 쇠고기 등심을 굽는 냄새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하고 진한 버터에 마블링 된 등심의 지방과 단백질이 노릇하게 구워지는 냄새는 참을 수 없이 유혹적이다. 흘러나온 육즙에 양파를 썰고 간장을 조금 넣어 볶아 만든 소스의 냄새도 좋았다.
하지만 고기가 구워지는 냄새는 가끔씩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몇년 전 룸메이트가 키우던 강아지가 나에게 코를 들이대고 킁킁 거릴때 강아지의 털에서 희미하게 올라오던 쿰쿰한 냄새. 고기라면 그저 환장을 하던 나였지만, 한참 신나게 고기를 굽다가 그 냄새가 문득 생각나면 갑자기 욕지기가 일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상추 겉절이만 한웅큼씩 먹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그 때 그 룸메이트가,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볶아 향을 내고 있으면 '언니, 이 냄새만큼 음식이 맛있으면 정말 좋겠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지. 그 당시엔 그다지 요리에 능숙한 편은 아니어서, 만들어진 요리는 생각만큼 맛나지는 않았다. 아마 간을 잘 맞추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마늘 볶는 냄새만큼은 정말 좋았다.
오늘 저녁으로는 닭튀김 볶음을 만들었다. P.F. Changs의 스파이시 치킨을 흉내내어 본 것이다. 마늘로 향을 낸 기름에 계란과 녹말을 입혀 튀긴 닭고기와 양파, 피망을 볶다가 굴소스 한숟가락, 두반장 반숟가락을 넣고 섞은 뒤 참기름을 한방울 떨어뜨려 한바퀴 저은 뒤 불을 껐다. C가 먹어 보더니, 고추 기름으로 좀더 맵게 하고 마지막에는 불린 당면을 섞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아주 안주로 만들어버릴 셈인가 보다. 하긴 맥주가 생각나는 맛이긴 하다.
재료
닭다리살 200g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
계란 1개
녹말 1/2컵
올리브유 2Ts
다진 마늘 1/2Ts
양파 1개
피방 1/2개
쪽파 3개
굴소스 1Ts
두반장 1Ts
참기름 약간